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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엄마, 제가 모실게요.

등록일 2013-09-04
작성자 김명희

본문

아들과 함께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가는데 아들이 말을 건네네요.

"엄마, 지난번 내가 양로원 봉사활동 다녀와서 한 얘기 취소할게요"

"뭐?"

"제가 보기엔 그곳 양로원이 시설도 좋고 음식도 잘 나와서 엄마, 아빠도 나이 드시면 그곳에 계시는 것도 편하겠다

생각해서 그곳에 보내드리겠다고 한 얘기요"

맞다, 언제더라? 2년 전 아들이 새로 설립된 양로원에 봉사를 다녀와서는 그곳 시설은 호텔급이고,

음식도 잘 나온다며 나이 드시면 그곳에 보내드리겠다고 이야기하는 걸 듣고 약간은 서운했지만

아들의 의도를 알기에 그러냐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얘기를 취소하겠다는 거다.

이유인즉, 자기가 읽는 책의 주인공이 양로원과  비슷한 곳에 살면서

그 생활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든 생활인지를, 마치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과 더불어 과거를 회상하며 쓴 내용을 읽자니

자신이 예전에 엄마께 한 얘기가 생각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더불어 "엄마,  엄마 아빠 두 분이 사시다가 힘드시면 제가 꼭 모실게요"한다.

운전하던 내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또 한 마디 "내 아내가 반대하더라도 꼭 모실 거예요. 오늘 내가 한 말 기억하세요"한다.

이번엔 감동이 가슴에서 눈가로 올라와 물기가 찼다.

 

"정말?, 정말이야?" 행복해서인지, 좋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내뱉았다.

"네,  책 주인공이 그러는데 맛있는 음식 한 번 먹는 게 소원이래요. 아니,

맛있는 게 아니라 정말 정성이 담긴 음식 말이에요. 그것도 사치라고 생각하고

잘 익은 사과 하나가 먹고 싶은 게 소원이래요"라고 아들이 덧붙였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네게 듣던 말 중 가장 행복한 말이다"라고 말을 했더니

아들, 쑥스러워 한다.

 

저녁 식사 시간.

남편에게 아주 중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며 아까 있었던 아들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남편이 하는 말

"당신도 그렇게 얘기했어!"

"내가? 돌아가신 우리 엄마한테?"

"아니, 서울 엄마 아버지께"

그랬구나, 내가 결혼 초 남편에게 한 말이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결혼 초,

맏이인 남편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서울 어머님, 아버님이 나중에 힘드시면 우리가 모셔요."

 

그 약속은 어디다 잊어버리고

이젠 나를 모셔주겠다는 아들 얘기에 귀가 쫑긋한단 말인가?

맏이인 남편, 현재 우리 시부모님은 한국에서 사신다.

다행히 아직도 두 분은 건강하시고,

시누이와 함께 사시고 계셔서 그리 적적하시지는 않으시다.

 

오늘,

아들의 얘기를 들으며 좋아라 했는데 (사실,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도 모르겠지만)

하나님은 남편의 입을 통해

나의 약속을 기억케 하신다.

 

나, 하나님 앞에 다시 약속을 되새긴다.

우리 시댁 어머님, 아버님이 거동이 불편하시면

내가 모셔야지....

기분이 묘하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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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라님의 댓글

조세라 작성일

저희 부모님도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 다 모셨어요.

아빠는 여덟형제 중 일곱번 째, 엄마는 다섯 형제 중 네번째세요.

할아버지 두 분은 저희 부모님도 기억 못하실 정도로 아주 먼 옛날에 돌아가셨구요.

친할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때, 외할머니는 1년 반 전에 돌아가셨지요.

두 분 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밥도 떠 넣어 드리고, 대소변도 받아드려야 했어요.

저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희 부모님을 존경합니다.

부모님을 모시는 일이 제게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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