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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 카페

제  목 [] 주일날 해프닝

등록일 2012-10-31
작성자 조세라

본문

지난 주 목요일 쯤부터인가 주일 예배가 기다려졌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마음이 설레면서 빨리 주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토요일 아침, 은행에 들러 아이들 헌금할 잔돈 바꿔놓고,

혹시라도 아침에 예배에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저녁엔 화평이 기저귀 가방 챙겨놓고, 아이들 입고 갈 옷 준비해 놓고,

차에 카시트 세 개를 재배열해서 달아 놓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선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주일 아침 

남편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억지로라도 깨워볼까 하다가 

혼자 해보지 뭐.

아이들 한 명씩 카시트에 앉히고 차고 문을 여니

비가 온다.

순간 망설여진다. 비도 오는데 화평이는 놔두고 갈까?

아니야 화평이도 교회 가야지.

다행히 굵은 비는 아닌 것 같다.


교회에 도착했다.

빗발이 꽤 굵어졌다.

모자 하나 찾아 쓰고,

유모차 내리고, 화평인 카시트에 태운 채 내려 싣고,

베키 내려서 유모차 앞 자리에 앉히고,

베쓰한테는 조그마한 우산 들려주고,

한 손으로 유모차 밀고, 한 손으로 우산 들어 유모차 가려주면서

겨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깨가 빗물로 다 젖었다.

화평이는 간난이 방에

베키는 두 살 반에

베쓰는 네 살 반에 떨구고

본당에 가니 이미 찬양이 시작되었다.

자리잡고 앉아 있는데 하필 에어컨 직통 자리인가보다.

젖은 어깨가 시리다. 기침도 나온다.

설교 시간 내내 옆에 자리로 옮길까 말까 고민하다 

설교 끝나갈 즘에서야 결국 옮겨 앉았다.


예배가 끝났다.

비도 그쳤다. 다행이다.

베쓰, 베키, 화평이 찾아서 다시 유모차에 태우고 밀고

차에 와서 리모트를 눌렀는데

소리가 안난다.

리모트가 고장났나?

열번, 스무번 누르는데도 소용없다.

전에도 가끔 안될 땐 한 십분 쯤 있다 누르면 되곤 했었지.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고 가자.

얘들아~ 자, 다시 교회 안으로!

덩치큰 이인용 유모차 밀고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저쪽 구석에 자리가 있다.

겨우겨우 유모차 파킹하고 자리에 앉았다.

미역국밥. 맛있겠다.

한 그릇 가져와서 베키는 무릎에 앉히고 베쓰는 옆에 앉혔다.

국밥은 뜨거운데 배고프다고 빨리 밥 달라는 베키.

앞에 있는 물을 넣어 식힐까하고 물컵을 잡는 순간

앞을 향해 쓰러지는 물컵.

그 앞에서 미역국 드시던 권사님 치마폭에 폭포가 되어 사정없이 떨어지는 물.

베키를 안고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옆에 있는 냅킨 한 아름 쥐어드리고 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테이블에 흘린 물 닦아내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치마 입어서 추웠는데 더 춥겠다며

괜찮다는 말씀 절대 안 해주시는 권사님.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순간

베키 주려던 미역국 한 숟가락 그냥 내 입에 꾸역 밀어 넣었다.

조금 있으니 김치 먹으라며 권해 주시는 권사님. 휴우, 다행이다.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정신없이 먹은 그릇 치우고

한 가닥 실낱같은 기대를 하며 차에 와서 리모트 눌렀는데

우리차, 아무 반응이 없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어라, 알람 불이 꺼져있네.

그럼 리모트가 문제가 아니라 차가 통채로 전기가 나간 거네.

트리플 에이를 부를까?

이 시간 교회에 그 큰 차를 부르면 너무 복잡해지겠지?

다시 유모차 밀고 교회 사무실 찾아 들어갔다.

목사님 사모님이신가...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어떤 남자 집사님을 소개시켜 주신다.

그 분이 주차하시는 분을 모셔오고,

어디선가 또 다른 분이 케이블을 가져오시고,

그 와중에 화평이 깨서 배고프다 울어대고,

급하게 우유타서 젖병 물리고,

남자 집사님들 뭐가 안된다 어쩐다 그러시더니

부르릉.... 드디어 시동걸리는 소리가....


아이 셋 쭈루루 차에 싣고 운전석에 앉아 숨 한 번 크게 쉬어본다.

그리고 기도한다.

하나님, 마음 설레며 기다렸던 예배였습니다.

예배 준비도 이번처럼 완벽하게 했던 적이 없었는데요.

와서 고생 찐하게 하고 갑니다.

그래도 무사히 집에 가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혹시 오늘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통해 깨닫게 해주시는 것이 있나요????


오늘 아침에 든 생각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 자리에 없었던 남편을 묵상하며

야속한 마음 달래고 씨름하면서 맘고생이 심했을텐데

어젠 그런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이 같이 있었으면 다 알아서 해줬을텐데 하는 생각에

집에서 쉬고 있던 남편이 든든하게 느껴졌으니.

나 그 동안 좀 더 컸나보다. 헤헤

남편이 같이 교회 가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음 주엔 남편과 같이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음 주 예배가 기다려진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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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애님의 댓글

오경애 작성일

한층 설레는 마음으로 드렸던 주일 예배...


고생 엄청 했네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감사할 수 있는 자매님의 마음...


정말 이쁩니다....


저의 옛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저도 아이가 셋...


자매님 아이들의 나이 터울과 똑 같네요...


딸 셋 쪼로록 뒤에 앉혀놓고 큰 차 운전해가며 30 분이나 걸리는


교회를 15년동안 열씸히 섬겼던 일들...


지금은 그 딸들이 다 커서


모두들 하나님의 일을 열심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다 보고 계시는 주님께서


자매님 가정위에 반드시 큰 축복으로


응답해 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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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님의 댓글

김명희 작성일

아고! 세라 자매님!


귀한 나눔 감사합니다.


한가지, 한가지를 더해가며 "이것도 통과", 저것도  통과" 하시며 기뻐하시는 하나님 앞에


쪼그리며 숨막혀하는 사단이 보여요.


승리하신 자매님께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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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현님의 댓글

오윤현 작성일

참.... 울컥하네요~~~


 


언니~~~ 화이팅~~~~~ 항상 도전받고 있어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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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찬님의 댓글

권혜찬 작성일

주님과 함께 승리하시는 자매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도 울남편 많이 많이 예뻐해줘야겠다고 도전받았습니다.....


은혜와 축복이 댁네 가정에 넘치시기를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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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님의 댓글

김현경 작성일

눈물이 핑도는군요.ㅠ.ㅠ 얼마나 힘들고 서러웠을찌 상상이가요.

그와중에도 감사하는 언니를 보고 하나님이 얼마나 사랑스러우셨을까 ^^

저도 늘 언니를보고 도전받는 일인이에용~~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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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님의 댓글

pencil 작성일

다시 읽어도 가슴이 쓰려오면서 남편을 아주 많이 야속다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다음 주에 교회가는 것을 기다리는 언니의 마음에 더 감동------
또 이론적으론 이해하고 나를 추수릴 수 있만 마음 많은 쉽게 편해지지 않을 텐데
역시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언니는 해석의 은혜가 넘치고 문제를 정리한는 것도 은혜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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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라님의 댓글

조세라 작성일

격려와 위로의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주에는 남편과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예배드리러 갔습니다.

예배 시작 전 준비 찬양부터 깊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목사님 말씀은 그대로 살아서 제 마음에 와 꽂혔구요.

남편과 같이 새신자 반에 등록했습니다.

등록 안하고 교회 다닌 지 2년 반만의 일입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있으려고 지난 주에 완전 고생했나 봅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그리고 큐티 자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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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님의 댓글

김미연 작성일

어제 세라자매와 통화하면서


무슨일이였지....하였는데


아, 정말 고진 감래 끝에 맞이하신 이 기쁨을


댓글이라도 함께 공유하고 싶네요.


맘이 찡합니다.  그리고, 세라자매님..


"장하다. 내 딸아 "그렇게 얘기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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