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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그리운 아버지...

등록일 2008-06-16
작성자 김수희

본문

오늘은 Father's day.
내 주위를 돌아보면 감사한 사람이 많지만
그분들께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감사한 마음을 말로 전할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께는 그 감사한 말을 아무리 전하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다.  
이미 이 땅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를 생각해 보니 살아 계실적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제대로 드려 본적이 없는것 같다.  

아버지께서는 오빠와 남동생에게는 늘 엄하고 무섭게 대하셨지만
내게는 너무도 자상하시고 무조건 받아 주시는 아버지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무슨 짓을 하던 아버지는 늘 받아 주셨고
무슨 구실을 대셔서라도 나를 한번 더 안아 주시고 한번 더
그 따가운 볼을 한사코 싫다는 나의 뺨에 부비시곤 하셨다.  
내가 아이 둘을 낳고 30대 중반이 되었을때까지도 그러셨다.  
내가 어렸을때에는 나를 동네방네 데리고 다니시며 자랑을 하셨다.

나는 아버지와 동네 아주머니들께서 주문만 하시면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부터 시작해서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을 무슨 ‘라면’ (?) 인지도 모르면서 불러대곤 했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께서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오시느라
몇년을 떨어져 지냈을때 나는 너무도 힘들어 했다.  
늘 나의 편을 들어 주시던 아버지가 안 계시니
열등감으로 인해 풀이 죽어 있었고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

그렇게 나를 사랑해 주시던 아버지에게 나는 한번도 따뜻하게 대해 드리질 못했다.  
늘 당연하다는듯 받기만 했었다.  
내가 버지니아주에 살았을때 아버지는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우리집에 오신지 이틀이 채 못되어 피를 덩어리로 쏟아 내셨다.  

아버지께서는 방사선 치료를 받으시고,
나는 나름대로 야채쥬스와 현미차를 정성껏 끓여 드린 덕분인지는
몰라도 약 5개월 정도를 너무도 건강하고 멀쩡히 지내셨다.  
잃었던 10 파운드도 다시 찌셨으니.

암세포도 현저히 줄어 들었으니 당분간은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병원측에서 말할 정도였다.  
어느날 아버지께서는 갑자기 메스껍고 숨 가빠 하셨다.  
호흡이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를 부축하여 화장실에 모셔다 드리니
숨을 몰아 쉬시면서도 ‘우리 딸을 키운 보람이 있구나’ 하고
말씀 하셨다.  아버지께서 너무 덥다고 말씀 하셨을때에
나는 아버지가 얼마 못 사실것을 알았다.  

바로 일년전 같은 7월에 시어머님께서 폐암 말기로 오셨을때
덥다고 하시면서 돌아 가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꾸 덥다고 말씀하신 그 이튿날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나 홀로 지켜 보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힘없이 놓으셨다.
다시는 아버지를 볼수 없게 되었다는 기가 막힌 현실 앞에서
이미 싸늘하게 식은 아버지의 체온을 조금이나마 느껴 보고자
아버지의 겨드랑이 밑에 두 손을 파 묻고는 병원이 떠나가라고
통곡을 했다.  

내가 버지니아로 이사간후부터는 아버지는 미국 지도를 펴 놓으시고  
‘나는 원래 은퇴하면 옛날부터 버지니아에 가서 살려고 했었어’  하고
엄마께 말씀 하시곤 했었다고 한다.  
텍사스에서 버지니아 그 먼곳으로 오실 일이 없으셨는데...
결국은 말씀하신대로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오시려고
병을 얻으셨나 보다.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던 것이 결국은 이루어졌네...

비록 아버지의 시신은 텍사스로 옮겨지고 나는 끔찍한 기억만이
자리잡고 있는 버지니아를 떠나 이곳 캘리포니아로 왔지만
때로 마음이 외롭고 낙심이 될때는 아버지를 생각한다.  
의기소침해질 일이 생겨도 아버지을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기곤 한다.

먼 거리도 마다 않으시고 나를 업고 다니시던
아버지의 따뜻한 등이 아직도 느껴진다.

아버지, 그리운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 땅에서 제게 조금이나마 맛보게 하셨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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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범님의 댓글

박소범 작성일

  수희집사님 찾으러 온 동네 방네 다 돌아 다녔구만...여기 큐티카페에 계셨구나...

아버지의 사랑이 참 아름답네요.

그래서, 수희자매님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잘 엮어 나는구나...

눈물난다...

아...나 아빠 얘기 하면 안 되는데...



다섯 남매 중 저는 첫째딸입니다.

우리 아빠 방 벽에는 내 얼굴사진만 크게 걸려 있었던 기억이 나요.

대학 졸업식 때 찍었던 학사모 쓴 사진이요.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 땐, 아니 미국으로 떠나와서도

그냥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역시 아빠에게 나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근데, 너무 특별하게 나를 키우려 했던 아빠를 너무 싫어했었죠.

아빠가 폐암일 때 (영주권이 없어서) 수희자매님과 같은 효도를 못 해드렸어요.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너무너무요...

그래도, 부지런히 편지로 복음 전하고 목사님 연결시켜드리고 그러면서...

영접하시고 가셨으니, 가슴에 한은 없어요.

편지에, 아빠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

그리고, 돌아가시기 직전 국제전화로 나를 찾으셔서

그 때, 아빠에게, 천국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기도해 드렸던 것,

내 일생, 정말 잘 한 일 중 하나예요.

그 기회를 주신 하나님이 내게는 너무나도 좋으신 하나님이예요.

하나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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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님의 댓글

이선희 작성일

  에이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려구했는데, 눈물이 나고야 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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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님의 댓글

김명희 작성일

  수희 집사님, 소범 자매님!

넘 감동적이에요.

그러고 보니 나도 아버지가 보고싶네요.

지금은 병원에 계셔서 친정 언니가 일주일에 한번 찾아뵐때만

언니의 전화로 아버지와 통화가 가능해요.

그럴때마다 저도 언제 아버지를 다시 뵈올수 있을까 싶어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꼭 외치고 또 외칩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때 꼭 찾아뵙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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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님의 댓글

윤지현 작성일

  아빠....

나이가 들수록 우리 아빠는 참 열심히 인생을 살아오셨구나

하는 생각과 그런 아빠에 대한 존경심이 더해집니다.

서울에 전화하면 맨날 엄마랑만 수다떨었는데 오늘은 아빠랑 대화를 좀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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