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나눔
제 목 [] 물이 움직일 때
본문
요한복음 5:1-18
서른여덟 해 된 중풍 병자가 베데스다 연못가에 누워 있다. 물이 움직인 후에 제일 먼저 들어가면 병이 낫는데, 물이 움직일 때가 언제 일지도 모르고, 막상 물이 움직이면 그를 그 못에 넣어줄 사람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제일 먼저 못에 들어갈 확률은 거의 없는데, 그는 왜 그 소망없는 연못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 중풍 병자의 딱한 사정을 내가 들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재빨리 들어가기 쉬운 연못가에 자리를 잡고, 집중하여 못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못에 제일 먼저 들어갈 전략도 세우고, 못이 움직이면 그를 부축해서 제일 먼저 들어 가도록 돕고, 그의 병이 나으면 함께 기뻐한다? 내가 나으면 다른 사람은 낫지 못하는게 구원 일까? 나의 회복이 다른 사람의 실패가 된다면 구원 일까?
네가 낫고자 하느냐 물으시는 예수님에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동문서답하는 중풍 병자의 모습이 때로 나의 모습이어서 답답하다. 낫고자하는 간절한 마음이 현실에 대한 불평으로 힘을 잃는것을 본다. 중풍병자는 현실을 한탄하다가 그가 무엇을 위해 베데스다 못가에 누워 있는지도 잊은것 같다. 그러나, 예수님은 한 마디 말씀으로 그를 치유 하신다.
정답을 기대하고 질문 하시지 않는 예수님, 나에게 질문 하시며 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들여다 보기 원하시는 예수님을 만난다. 물이 움직일 때 제일 먼저 뛰어 들어가지 않아도, 질문에 정답을 말하지 못해도, '모든 사람'을 향한 구원을 이미 결심하신 하나님의 작정을 깨닫는다.
친정살이 한달동안, 기도하는 것을 아이처럼 좋아하셨던 엄마는 내가 미국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기도를 멈추셨다. 하나님께서 통증을 낫게 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엄마에게는 처음부터 없으셨던 것일까. 베데스다 연못가에 누워있는 병자가 엄마로 오버랩 되며 마음이 내려 앉는다. 하나님, 저의 엄마에게도 찾아가 주셔서 네 병이 낫고자 하느냐 물어 주세요. 엄마도 중풍 병자처럼 동문서답 하실지도 몰라요. 그래도 엄마를 불쌍히 여겨 주셔서 네 자리를 들고 일어나 걸어가라고 말씀해 주세요. 나의 낙심되는 마음 그대로 하나님께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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