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나눔
제 목 [] 부자
본문
아버지와 아들이 삼일 길을 걸어 모리아 산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놓고 아들을 결박한다.
조용히 아들이 묻는다.
"아버지, 꼭 저여야 하나요? 혹시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다른 제물이 있지 않을까요?"
삼일길 내내 굳게 지켜 왔던 아버지의 결심이 조금은 흔들렸을까?
이미 할아버지 나이가 되어버린 아버지에겐 자기 생명보다 더 사랑하는 아들,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데.
절대 전능자를 향해, 정말로 이렇게 해야만 합니까?, 라고 묻는 늙은 아버지는
어쩌면 뒤돌아 서서 이를 악물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는 지 모른다.
"아버지, 꼭 저여야 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아들의 두번째 말에 아버지의 마음은 또 한번 무너져 내린다.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는 아버지의 등 뒤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아들이 마지막으로 입을 연다.
"아버지, .......... 저는 괜찮습니다. 아버지 손에 저를 맡깁니다."
아들의 얼굴을 쳐다볼 수 조차 없는 아버지가
단의 나무 위에 아들을 올려놓고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아들을 향해 내려 꽂으려한다.
사랑하는 아들, 독자라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
전능자, 하나님에 대한, 아브라함이라는 한 인간의 사랑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겟세마네 동산의 밤,
땅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기도가 올라가지만 하늘은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알까, 아버지 하나님의 온 세포가 아들 예수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떨리고 있을지....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할 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아들도, 아버지도 너무 잘 알기에,
아들의 절규어린 기도가 칼이 되어 아버지의 마음에 꽂힌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또 쓸어 담으신다.
그 아버지의 마음의 고통을 너무 잘 아시는 예수님,
일어나셔서 제자들과 함께 십자가를 향해 걸으실 때 이미 십자가를 다 극복하셨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아들, 독자 마저도 아끼지 않고 가장 잔인한 죽음에 내어준 아버지.
죄인인 우리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그렇게 확증되었다.
예수님, 그 잔을 마실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아셨잖아요.
그런데도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라고 기도하셨던 그 때의 예수님 심정을 알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기도에 하나님은 뭐라 대답하셨던가요?
이렇게 드린 나의 질문에 예수님은 아브라함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내어주셔야 하는 처절한 고통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으셨고
그것을 아브라함에게 부탁하신걸까?
그 일로 하나님과 아브라함은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하니. (약 2:21~23)
아빠를 꼭 닮은 화평이가 아빠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분신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딸들과 있을 때는 느껴지지 않는 묘한 기류같은 것이 아빠와 화평이 사이에 흐른다.
아버지와 아들, 앞으로 계속 지켜보며 탐구할 샘플을 주신 것에 감사해야겠다. 가끔 부자 간에 인터뷰도 해보고 그래야지.
댓글목록

심수희님의 댓글
심수희 작성일
그럼 모녀간의 인터뷰는 남편께서? ^ ^
쉐라 자매님의 예쁜 두 딸도 엄마 쏘옥~ 닮았던데요. ㅎㅎㅎ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를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과 이리 연결,묵상하시다니요...
예수님과 하나님의 심정을 더욱 리얼하게 느끼게 해 주시니
빳빳하게 섰던 저의 고개가 다시 한번 절로 숙여집니다...
은혜의 나누심에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