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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 나눔

제  목 [] 디베랴의 경험

등록일 2010-03-22
작성자 조세라

본문

엊그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내가 너희를 보내노라 말씀하셨는데.

어디로 보내는지는 알려주지 않으시고...

제자들, 예루살렘에 그렇게 모여 있다가 예수님이 '보낸다' 하시니 서로 의논해봤을 것 같다.

어디로 "보내져야" 할지.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아 왔던 데로 돌아가자 그랬나보다.

그래서 돌아오긴 했는데.

이제 보내지긴 한 것 같은데.

보내져서 뭘 할 것인지도 알려주시질 않았으니.

앉아서 '서로 네 죄를 용서하겠노라, 아멘' 하며

어설픈 농담이나 주고 받다가

베드로가 난 물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다 일어선다.

다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우루루 바다로 몰려나간다.

 

이제 다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배에 앉아 있다.

고기는 잡히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예수님 해주셨던 말씀의 파편들을 떠올려본다.

삼일만에 부활하셨다는 건 이젠 믿겠는데,

수없이 들었던 천국 비유들하며, 사람을 낛는 어부는 무엇인지,

둘씩 둘씩 짝지어 전도 여행 보내셨던 것처럼 가위 바위 보, 짝짓기해서 다른 마을에 다녀와야 하는지....

고기 잡겠다고 물로 나왔건만

긴 밤을 그렇게

정작 고기는 한 마리도 못잡은 채

하던 고민, 하던 얘기, 똑같은 푸념들을 쏟아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새벽 무렵,

누군가 바닷가에 서 있다.

얘들아, 고기 잡았느냐, 그 사람이 물어본다.

무덤 앞에 울고 있던 막달라 마리아에게

이름 불러주시기 전, '여자여' 라고 말 걸으셨던 것 처럼,

일곱 중, 누구 하나 이름 부르시면 당장 알아볼 수 있을텐데,

'어이, 아미고들(친구들)'  하신다.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 하니 어차피 밤새도록 고기 한마리 못 잡은 그 친구들,

선뜻 오른편에 그물 던져본다.

이런, 그물이 안 들어진다.

성인 남자 7명이서 못들을 만큼 무겁댄다.

그때, 요한이 번뜩 알아차린다. 주님이신 것을.

베드로가 제일 먼저 알아봤어야할 것 같은데 요한이다.

아, 이래서 요한이 예수님 사랑에 대한 확신, 자부심이 대단했었나 보구나.

다른 제자들 무안할만큼 대놓고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몇 번씩을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십자가 현장의 유일한 제자였기도 했지만

제일 먼저 예수님을 알아보는 센스 때문이기도 했구나 싶다.

그래도 행동은 베드로다. 요한의 말을 듣고 거의 반사적으로 물로 뛰쳐 나간다.

세번이나 부인한 사실이 부끄러워 머뭇거릴 수도 있는데

주님에 대한 그의 사랑이 부끄러움을 제치고 그를 예수님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물 위를 걸어본 경험도 한 몫 했을까.

육지에 와보니 숯불 피워놓고 생선이랑 떡을 굽고 계시는 예수님.

지금 잡은 생선을 가져와 보라고 하신다.

그 말씀에 바로 배에 올라가는 베드로.

명령만 하십시요. 100%대기 상태의 베드로.

그날 밤 일이 너무나 죄송했기에

그 얘기만 꺼내지 않으신다면 

죽으라 하시면 죽을 수도 있는

죽으라면 죽으리라의 심정이었을까.

 

다들 조반 먹으라고 밥상 차려놓으신 것 알면서도

선뜻 가서 앉지 못하고

베드로 형님 도와 물고기 숫자 세고 있다.

일백쉰세 마리. 마~않다. 다들 큰 놈으로.

이 새벽시간, 어째 큰 놈들만 고렇게 모여있었을까.

좀 크다고 생각되는 물고기들 누가 제일 큰가 겨루다가 몽땅 끌려 올라왔을까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은 것도 신기하다.

그물용량 초과 어획고.

앞으로 그들이 어떤 일을 하게될 지 맛뵈기 해주신다.

여전히 오라고 하시는 예수님께 가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직접 떡 들고, 생선 들고 다가가시는 예수님.

 

오늘 디베랴 바닷가에서

예수님과 함께 제자들을,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을 

만나보았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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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님의 댓글

김현경 작성일

와우! 글 읽으면서 어느새 나도모르게 디베랴 현장에 가 있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슝~ 현실로 돌아왔어요.

어쩜 거기 다녀온사람 생생후기쓴거같아요.. 으흐흐... 베드로 보니까 잠깐 우리 수민이생각이 나는군요. 하루종일 이유도 없이 왕짜증 부리며 힘들게 하던 녀석이, 결국 화가난 저에게 뭘 잘했다고 무조건 안기고 파고들고....  찰싹 안겨서 때내려고 아무리 애를써도 안떨어지는걸 보니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러다 같이 웃고... 뭐 그렇게 용서랄것도 없이 아무일도 아닌게 되는거죠..ㅋㅋ 예수님도 그런 베드로가 사랑스러우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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