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 QT 나눔

열왕기하 18:26-37

랍사게가 말하고 있는 북이스라엘의 비참한 현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사실이다. 랍사게의 입을 통해 히스기야는 현실적인 대안없이 하나님만 부르는 무기력한 인간으로 폄하되고, 그 무기력한 인간이 부르는 하나님이라서 더 무력하게 느껴진다.  반면, 그는 대왕 아수르왕의 현실적인 풍요를 약속하며, 포도와 무화과, 물, 곡식과 포도주, 떡과 감람과 꿀들이 약속되는 항복이 유일한 살길처럼 느껴지게 한다. 

현실의 문제들이 커지면 믿음이 작아지고, 믿음이 커지면 현실의 문제들이 작아 보인다고 한다. 랍사게의 작전은 현실 문제를 크게 확대시켜 믿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은 지금 우리의 일상속에도 자주 일어난다. 나의 믿음을 흔드는 나의 현실속 랍사게는 무엇일까. 그 랍사게에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끌려가지 않으려면 싸워야 할까. 사실에 사실이 아닌일을 살짝 섞으면 분별하기 어렵다.

오늘 본문에서 주시는 답은, “그러나, 대답하지 아니 하였다” 이다. 히스기아는 대답하지 말라고 백성에게 명령 하였고, 백성은 순종하여 잠잠하고, 한마디도 대답하지 아니 하였다고 한다. 랍사게의 악한 선동의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우리 삶속의 크고 작은 악한 선동의 말들은 때로 사소하게 느껴진다. 내 귀에 자주 들리기도 하고, 때로 나도 무심코 하기도 했던 선동의 말들을 부끄럽게 되돌아본다. 그것은 악한 일이었다. 

오늘 본문에서 배우는 악한 선동의 말에 대처하는 지혜는 침묵과 기도이다. 악한 선동의 말에는 입을 닫고 침묵하고, 하나님께는 입을 열어 기도하는 것이다. 입을 닫을 때와 열 때가 있다는 것도 배운다. 그때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는 어리석은 나에게서가 아니고, 하나님께로만 온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도, 그러나, 하나님께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