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간증
제 목 [] 파라솔 그늘이 이 정도라면 구름 기둥이야…
본문
평상시에 될 수 있으면 에어콘을 안 키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 앞의 창문과 뒷곁의 패티오 문을 활짝 열어 가능한 한
시원한 공기를 많이 보유한 후 낮이 되면 모든 문들을 재빨리 닫는다.
그리고 오후에 해가 지면서 시원해 질 즈음 창문을 앞 뒤로 또 다 열어 놓는다.
어떤때는 더운 날씨에도 고집 부리고 에어컨을 안키고 버티노라면
나는 완전히 녹은 아이스크림마냥 맥을 못추고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어느새 졸고 앉아 있는때도 종종 있다.
약 2,3년전 이던가?
옆집의 백인 할머니께서 오래된 패티오 테이블과 의자들을 주셨다.
깨끗이 닦으니 제법 쓸만했다. 그런데 테이블 중간에 끼워 세울 파라솔이 없었다.
뒷곁에 수영장이 있어서 저녁에 밖에 나가 불을 켜 놓고는 커피를 마시면
무지 분위기가 있는데 파라솔이 없다보니 땡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나가 있을 엄두를 못낸다.
가끔 목원이나 큐티 식구들이 와서 함께 점심을 할라치면
그때는 그늘이 전혀 없어서 좀 따갑다.
어중간한 오후 2,3시가 넘어야 그늘이 지다보니 언젠가부터 파라솔이 슬슬 아쉬워졌다.
돈이 아까와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새까맣게 잊기도 하고…
근데 어제 저녁에 뒷곁에 나가 앉아 있으면서 물끄러미 테이블의 중앙에 나의 시선이 갔다.
“중간에 있는 저 동그란 플라스틱을 빼고 그 자리에 파라솔을 놓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풋볼을 하러 간 철이를 데리고 집에 오니
옆집 할머니께서 당신의 차고 앞에 서서 집에 마악 도착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그 뜻은 할머니께서 나와 대화를 하고 싶으시다는 뜻이다.
보통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땡볕에서 장장 한 두시간을 꼬박 서서 할때도 있다.
어떤때는 큐티 모임을 끝내고 허기져서 집에 올때 잘못 걸리면 배 고파 죽겠는데도
할머니 집에 끌려 들어가 물 한모금도 못 얻어 먹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혹은 밖에 어정쩡하게 서서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을 픽업 하러 갈 시간일때도 있었다.
아니다 다를까 할머니께서 나를 향해 손짓을 하신다.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아, 오늘은 대충 하고 집에 빨리 들어 가야지’ 라며 그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약간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할머니께서 대뜸, “오래된 파라솔을 버려야 하는데 혹시 필요하면 가져갈래?” 하시면서
나를 뒷곁으로 안내했다. 당신의 생일때 사위가 새것을 사줬다면서 오래된 파라솔이
필요 없으니 가져다가 쓰라고 하신다.
쓰다가 맘에 안들면 버려도 맘상해 하지 않을테니 염려 말라시며…
쫌 전까지만해도 이 귀찮은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나 궁리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민망하고 창피했다.
겉으로는 안 그런척 하는 나 자신의 뻔뻔함과 이중성에 너무 놀랐다.
파라솔의 바깥 부분은 이미 바래서 라벤다에 가까운 회색 빛을 띄었으나
파라솔의 안은 아직도 원래의 파란 색이었다.
파라솔 안에는 귀뚜라미가 각 족속대로 지파대로 진을 치고 있었다.
파라솔을 받아 들고 집으로 오니 우리 아들이 열쇠가 없어서 집안으로 들어 가지도
못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하고 그 자리에 서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으론 그 아들한테 무지 미안하면서도 대견해 보였다.
파라솔 안팎을 깨끗이 닦아 가지고 철이의 도움을 받아
뒷 곁 테이블에 세우고 나니 꽤 시원하고 분위기가 기가 막혔다.
안팎으로 새파란 할머니의 new 파라솔보다도 더 은은하고 분위기가 있었다.
파라솔 덕분에 테이블 위의 화초가 더욱 돋보였다.
그 그늘 아래서 철이가 점심도 먹고 아침 일찍부터 나가느라 하지 못했던 큐티를 했다.
와, 아주 오래된 파라솔의 그늘도 이렇게 시원하고 분위기 있는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머리 위에 펼쳐주신 구름 기둥이야 얼마나 시원했을까?
구름 기둥 가운데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이 얼마나 감격적이었을지 말로 다
형용할수 없었을 것이다.
어젯밤에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서 여쭤본 것이 있다.
하나님, 모세가 회막 세우기를 필하고, 기름을 발라 거룩하게 구별하고,
열 두 족장들이 한 마음으로 예물을 드리고 난 후에 모세가 드디어
회막에 들어가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하나님, 어때요? 저희가 하나님의 명하신대로 한 모든것 정말 기쁘게 받으셨죠?” 하고
회막에 뛰어 들어가 말하고 싶었을까요?
민수기 내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하셨으면 이젠 좀 모세의 말에
귀를 좀 기울여 주실때도 됐을것 같은데 하나님도 good listener는 못 되시나봐요.
모세가 뭔가 말을 하려는데 그 사이를 못 참으시고 또 말을 가로채셨으니...
하지만 하나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도 모세처럼 좀 조용히 있을께요.
모세가 자기에게 말씀 하시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은것처럼 저도 들을테니
말씀 하세요."라며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늦은 시간까지 암 말씀 안하셨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그냥 잠 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어젯 저녁에 패티오에 앉아 파라솔을 아쉬워 한 것을 하나님께서 다 보셨나보다.
파라솔 그늘 아래서 민수기 묵상하면서 나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펴 보라시는 것 같다.
어젯 밤에 여쭤보았을땐 아무 말씀 안하셨는데...
하루가 지난 오늘에야 하나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네가 뭘 그렇게 했다고 그러냐?
내가 너한테 주고 싶은 마음과는 비할수도 없다."
아마 모세도 회막 안에서 분명 같은 말씀을 들은것이 틀림이 없다.
댓글목록

최승경님의 댓글
최승경 작성일
자매님 ..오랜만에 뵙네요. 전 매일 아침 7시30분에 출근을 하여 딱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무실 책상에서 큐티를 합니다. 내일부터는 자매님의 앞마당에 있는 파리솔을 울 사무실에 가져다 큐티해야겠습니다.
그 속에서 시원한 하나님을 느껴볼랍니다.~~~^^아니다..이 참에 파라솔울 구입할까요?ㅎㅎ사무실 안에다?....ㅎㅎㅎㅎ

문향미님의 댓글
문향미 작성일
아~ 자매님,
감동감동!
파라솔을 받았다고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깨달음.
네가 뭘 그렇게 했다고 그러냐?
내가 너한테 주고 싶은 마음과는 비할 수도 없다.
바로 이 재미(?)로 하나님과 기도하고 교제하는 것이죠?!

김(심)수희님의 댓글
김(심)수희 작성일
우리 세사람
마치 파라솔 안에서 대화하는것 같은 착각입네다. ^ ^
돈도 안드는 영혼의 파라솔, 화이팅 ~ ㅎㅎㅎ

박소범님의 댓글
박소범 작성일
자매님 수영장의 그 파라솔, 어디한번 구경가야 겠습니다. 차 생기면!
아이들이 그 집 점박이 토끼 보고 싶다는데...
토끼랑 파라솔이랑, 우리 집에 들고 와서, 보여 주고 가세요~~~!
하하하....
수희자매님의 큐티에 정말 마음이 녹습니다.
생활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살며시 개입하셔서, 하나님 마음의 크기와 깊이와 넓이를
너무 섬세하게 가르쳐 주시는 하나님...
저도 내일은, 어디 개입하고 계시는 데 없나...샅샅히 뒤져 봐야겠어요.

조주희님의 댓글
조주희 작성일
심수희 어데갔나 했더니 여기있었네.
삶을 넘 촘촘히 잘 보시는 우리 수희 자매님...
잘 지내시는지???
나눔을 읽으니 파라솔 밑에서 제대로 바캉~스를 보내고 계시네요.
전화 주서요.(인도자 모임)
자마 보컬 제 결성 해야하지 않남유???

김(심)수희님의 댓글
김(심)수희 작성일
자마 보컬?
아,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듯.... ㅎㅎㅎ
맞아요.
오늘 목요 모임을 마치고 자매님들과 함께
파라솔 아래서 점심을 하며 교제를 통해 바캉~스 제대로 했습니다.
뒷곁으로 나가자 마자 모두들 이구 동성으로,
"와~ 파라솔이 작은줄 알았는데 이렇게 크고 멋있는지 몰랐어요.
정말 옆집 할머님것보다 더 멋있어요. 실수로 바꿔서 잘못 주신것 아녜요?" 에
"나도 하나 장만하고 싶어라~" 라는 comment 도... ^ ^
오늘은 저희 파라솔 위에 구름이 꽤 오래 걸려 있었나봐요.
거의 저녁때가 되어서야 자리를 뜨신 자매님들도 있었으니...
멈춰선 그늘 아래서, 일곱 자매들이 여호와의 명을 좇아 맘껏 사랑의 교제를 했습니다.